Drifted Orbit(떠도는 궤도) _ 2025_Acrylic on canvas _ 97.0x162.2cm
틈새기(Trace in the Crevice) I _ 2025_Acrylic on canvas _ 40.8x27.2cm
Orbit of Proximity(닿을 듯한 궤도) _ 2025_Acrylic on canvas _ 112.1x162.2cm
-작가노트-
도시의 인도를 걷다 보면, 콘크리트 틈 사이로 고개를 내민 풀 한 포기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에게는 그저 무성하게 자란 잡초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무심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조용한 생명이다. 그렇게 쉽게 잊히고,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존재들이 있다. 눈앞에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것들.
우리는 보통 중심에 놓인 것에만 주목한다. 강렬한 것, 명확한 것,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것. 하지만 삶의 많은 순간들은 오히려 그 경계와 틈에서 시작한다. 조용히 자라나고, 흐르고, 스며드는 것들. 그렇게 한 존재의 형체는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감각의 여운처럼 어딘가를 맴돌며 스쳐 지나간다.
최근 작업은 바로 그 틈에서 시작되었다. 겹겹이 스며든 색과 흐름, 그리고 유기적인 곡선들이 화면 위를 가로지른다. 그 안 어딘가에는 희미한 형상이 숨어 있다. 마치 수면 위에서 물속을 들여다볼 때처럼, 처음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들여 머물고 바라보면 그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누군가의 내면을 이해하려 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겉모습만으로는 쉽게 파악되지 않고, 오랜 시간과 관심,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그 사람만의 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면 안의 색과 형태도 마찬가지다. 경계를 가지지 않고 서로를 넘나드는 색채들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 흐름 속에서 고유한 리듬을 만든다. 감정이 그렇게 천천히 풀려나가듯, 화면 위에서도 시간에 따라 감각이 서서히 변화한다.
이 작업은 단순히 무엇을 묘사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것들, 혹은 보려고 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작은 사유에 가깝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이야 말로 가장 섬세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감각은 어느 날 문득, 스르르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닿는다.
틈새기(Trace in the Crevice)III _ 2025_Acrylic on canvas _ 33.5x24.5cm
후드득후드득 I,II,III _ 2024 _ acrylic on canvas _ 40.9x31.8cm(e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