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e 구성 및 채색 22.5x22.5cm 1956
ceramic 1964-1969
균형 The equilibrium_etching+aquatint_45x50cm_1981
돌고래 군무_ oil on canvas_100x80cm_2003
희망의 빛_oil on canvas_ 61x73cm_ 2022
화업(畫業) 70년에 빛나는 예술혼
서양화가 권녕숙(1938-)은 경기여중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60~70년대에 파리와 독일 유학의 엘리트 코스를 경험한, 당시로서는 몇 안 되는 신여성 작가다. 또한 대학 졸업 무렵인 1962년부터 가톨릭에 귀의한 후 평생을 한국 교회미술 발전에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가 교회미술을 시작한 계기는 유학 시절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템페라를 접하면서부터다. 유럽의 문화는 교회미술의 절대적인 자원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젊은 날의 이런 경험들이 화업 구축의 자양분이 되었다. 무엇보다 교회미술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세속적인 가치보다는 신앙심에 근거한 봉헌의 삶에 의의를 두는데, 그 역시 전국적으로 다수의 성당 작업에 참여하는 동안 그런 삶을 살았다.
이번 전시는 고등학생 시절인 1956년 초기 작품 <plate>부터 1964~69년까지 프랑스 유학 중에 만들었던 동물 모양의 세라믹과 <최후의 만찬> 등의 템페라 작품, 1972~74년까지 독일에서 만든 <bowl> 등의 칠보 작품과 한국에 돌아와 가톨릭미술가회원으로 전시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무렵에 제작한 목조각 <성모상>, <성모자상> (1975~80)을 선보인다. 또한 파리에서 제작한 판화작업 중 명쾌하고 정교한 선으로 표현된 인그레이빙(engraving)기법의 <알프스 산>, <밀림>(1967)과 한국에서 판화가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목판화 <승천>(1974)부터 <북한산>(2014) 등의 최근작까지 다수의 판화작품이 포함된다.
여기에 덧붙여 아름다운 색과 빛을 담은 유리블록(2018)과 가장 최근작인 <빛으로>(2023)를 비롯한 유화 작업까지 그간의 노력과 수고를 담은 예술 활동의 궤적을 보여준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절대 선(善)을 추구하는 인간의 정신적인 빛에 있다. 빛이란 생명을 드러내는 것으로 다른 존재를 활성화하는 힘이 있다.
권녕숙은 “제대로 된 선(線) 하나를 그리기 위해서는 긴 시간의 깊은 명상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그는 시시각각 떠오르는 감성적 표현을 선의 다양성과 선이 모여 만든 면과 명암을 통해 드러내고자 애썼다. 따라서 그 형태가 무엇이든 지각된 선은 적극적인 탐색의 기능을 가지며 관람자의 자유로운 해석이 부여된다.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 1944)는 ‘예술 작품에 있어서 내적인 요소는 예술가의 영혼 속에 있는 감정이며, 이 감정은 관람자에게 유사한 감정을 환기시키는 능력을 가졌다’고 논문(Berlin, 1913)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고단한 일생의 궤적을 선한 영향력인 예술로 승화시켜 그 업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그의 삶이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에 동의하며 그 어려운 일들이 현재진행형임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 홍희기 (교구 성미술연구, 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