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에 서있니_Acrylic on canvas_130.3x162.2 cm_2018
어떤 가능성_Acrylic on canvas_27.3X33.4cm_2024
기우의 주물_Acrylic on canvas_130.3x162.2cm_2022
<가장 고유한 가능성>
나누리의 ‘흐르는 숲’은 계절이나 시간, 원근 등의 일상적 원리를 초월해 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작가 내면의 숲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숲의 고유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원해 다양한 조형적 요소를 통해 뻗어나간다. 흘러내리는 붉은 하늘, 하강하는 버드나무의 이미지, 완벽히 묘사하지 않은 투명한 형상들은 이 숲을 안정적인 장소라기보다 유동하거나 사라지고 있는 세계처럼 느끼게 한다.
이는 유년기부터 오랜 투병생활을 이어오며 작가가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 세계 인식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흐르는 숲의 신비는 그곳이 사라지는 동시에 생성의 과정 속에 위치한다는 데에 있다. 모든 장면 위로 흩뿌려진 금빛의 생명력이야말로 나누리의 작업이 종말론적인 이미지가 아닌 죽음 너머의 삶과 부활에 대한 이야기임을 눈치채도록 한다. 이렇게 그가 흐르는 숲을 짓는 일은 소멸과 죽음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그리기가 된다.
전시 <가장 고유한 가능성>은 작가 나누리가 신장 이식 이후에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다. 탄생을 생물학적 의미에 국한 짓지 않고 하나의 삶에서도 우리가 여러 번 다시금 ‘태어남’을 경험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번 전시는 새 삶을 시작한 작가 나누리의 첫 개인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눈부신 가능성이 피어나는 이 신비한 숲에 초대하고자 한다.
글. 나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