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이 혁(Hyuck Lee)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8-08 06:42:04

이 혁 개인전 _ 틈새(Interstice)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는 “보는 사람과 보이는 것 사이에는 감각이 살아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고 표현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감각의 틈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어떤 대상을 분명히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익숙한 시선과 생각의 틀 속에서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틈새(Interstice)’는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잠시 멈추고, 정말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이 혁 작가의 작품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화면은 마치 망처럼 촘촘하게 짜여 있고, 이미지들은 그 틈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 관람자는 화면 앞에서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야만 형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이 보이는가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해진다.

작품 속 색과 결은 마치 직물처럼 얽혀 있다. 하나의 풍경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고, 그 안에는 또 다른 이미지가 겹쳐진다. 관람자의 시선과 위치, 감각과 해석에 따라 보이는 형상도, 떠오르는 의미도 달라진다. 이러한 구조는 관람자가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감각하고 해석하며 ‘참여’하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중심과 주변, 본질과 사소함의 경계는 흐려진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작은 이미지나 색의 결이, 어느 순간 시선을 끌고 중심이 되기도 한다. 마치 길가에 자란 풀 한 포기가, 어떤 이에게는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이 전시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것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틈새는 눈에 보이는 형상만이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흐름과 감정의 진동, 그리고 인식이 만들어지는 순간들을 조용히 따라간다. 익숙한 것들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틈, 그 작은 여백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자라듯 새로운 시선이 태어난다.

‘틈새(Interstice)’는 그 곳을 바라보는 전시다.

 

글. 함윤희

 

Aphelion (먼 끝에서) _ 2024_Acrylic on canvas _ 91.0x116.8cm

 

Orbit of Proximity(닿을 듯한 궤도) _ 2025_Acrylic on canvas _ 112.1x162.2cm

 

Drifted Orbit(떠도는 궤도) _ 2025 _ Acrylic on canvas _ 97.0x162.2cm

 

후드득후드득 I, II, III _ 2024 _ acrylic on canvas _ 40.9x31.8cm(each)

 

틈새기(Trace in the Crevice) II _ 2025 _ Acrylic on canvas _ 40.8x27.2cm

 

틈새기(Trace in the Crevice) I _ 2025_Acrylic on canvas _ 40.8x27.2cm

 

작가명: 이 혁(Hyuck Lee)

전시제목: 틈새(Interstice)

전시기간: 2025.8.8. - 9.7.